전통 PR을 버린 OpenAI — 미디어 수직통합으로 AI 담론의 생산·유통·소비를 직접 장악하다
▲ TBPN(Technology Business Programming Network) — 매 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PT) 생방송되는 실리콘밸리 대표 테크 토크쇼 [출처: TBPN]
OpenAI가 실리콘밸리 테크 생태계의 '일간 바이블'로 불리는 라이브 스트리밍 쇼 TBPN(Technology Business Programming Network)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비공개지만, 이번 거래는 단순한 미디어 투자가 아니다. 환경단체부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노동권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에 대한 대중과 노동계의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OpenAI는 '표준 PR 플레이북'으로는 더 이상 이 국면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해답은 미디어를 외부에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유하는 것이었다. AI 담론의 생산·유통·소비 사이클 전체를 수직통합하는 이 전략은, AI 패권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이제 기술이 아닌 '내러티브'임을 선언한다.
OpenAI가 PR 플레이북을 버린 이유
이번 인수를 주도한 것은 OpenAI AGI 배포 부문 CEO 피지 시모(Fidji Simo)다. 그는 사내 메모에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표준 커뮤니케이션 플레이북은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평범한 기업이 아니다. 우리는 매우 거대한 기술적 전환을 주도하고 있으며, AGI가 인류 전체에 이롭도록 보장하려는 우리의 미션에는 AI가 만들어내는 변화에 대한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공간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따른다."
시모가 TBPN에서 주목한 것은 시청자 숫자가 아닌 '마케팅 직관(marketing instincts)'이었다. 그는 쇼 외적인 영역에서도 TBPN 팀의 역량을 적극 활용해 OpenAI 기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TBPN은 인수 직후 OpenAI의 Strategy org 산하에 편입되어 최고 글로벌 공무책임자(CGO) 크리스 러헤인(Chris Lehane)에게 보고하는 구조가 됐다. 러헤인은 OpenAI의 커뮤니케이션과 정책팀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이 인수에는 구체적인 내부 공백도 작용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OpenAI의 커뮤니케이션 수장이 2025년 12월 퇴사한 이후 회사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후임 임원 영입을 위한 물밑 작업을 이어오는 중이었다. 여기에 샘 알트만 CEO가 올해 2월 미 국방부와 군사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뒤 대중 불신의 강도를 "잘못 가늠했다(miscalibrated)"고 공개 시인한 것이 더해졌다. 마크 안드리센(Marc Andreessen), 피터 틸(Peter Thiel) 등 실리콘밸리 대표 VC들이 "주류 언론이 테크 산업을 공정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OpenAI는 외부 미디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TBPN 팀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AI와 빌더에 대한 대화가 실제로 매일 일어나는 곳이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이미 시청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의존하고 있다.' — 피지 시모, OpenAI AGI 배포 부문 CEO"
TBPN은 무엇인가: '실리콘밸리의 일간 집착'
TBPN은 창업가 출신 조르디 헤이스(Jordi Hays, 29세)와 존 쿠건(John Coogan, 36세)이 공동 진행하는 일일 라이브 테크 토크쇼다. 매 평일 오전 11시(태평양 표준시)부터 3시간 동안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생중계되며, YouTube, Spotify, Apple Podcasts, LinkedIn, Substack, Instagram 등 멀티플랫폼으로 확산된다. 뉴욕타임스는 TBPN을 "실리콘밸리의 신흥 집착 대상"으로 묘사했다.
두 진행자는 모두 창업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신뢰를 구축했다. 쿠건은 코더 문화의 상징적 음료였던 Soylent를 공동창업해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 구글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이후 기업을 글로벌 식품 대기업에 매각했다. 헤이스는 ZIRP(제로금리) 시대의 상징적 스타트업 Party Round(크라우드펀딩 VC 플랫폼)를 창업했으나 금리 인상과 함께 2024년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부침을 겪었다.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의 하이프, 투자 유치, 역경, 엑싯이라는 창업가의 전 사이클을 직접 경험한 '내부자'다. 헤이스는 '25살에 A16z와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고 2년 뒤 시장에 두들겨 맞아봤다. 그 경험이 우리의 취재 방식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TBPN의 포맷은 단순하지만 중독적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M&A, 임원 이동, IPO, 펀딩 라운드를 스포츠 중계처럼 다루는 'MBA 세대를 위한 스포츠센터' 방식이다. 진행자들은 방송 중 X를 실시간으로 스크롤하며 블룸버그 터미널 앞 트레이더처럼 움직이고, '앱플에서 메타로 AI 연구자 영입' 같은 단신도 프로 스포츠 드래프트 발표처럼 극적으로 연출한다. Bloomberg 스타일의 시각 티커에는 Polymarket 오즈까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두 진행자는 설립 단계부터 CNBC, Fox Business를 경쟁자로 설정했다. 동시 시청자 최고 기록은 약 13만 명, YouTube 구독자는 6만 2,000명 수준으로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하지만 래리 엘리슨(Oracle), 마크 쿠반(Shark Tank), 트래비스 칼라닉(Uber 창업자)이 애청하며, 상장사 CEO의 커뮤니케이션팀 전체가 TBPN 출연 전략을 따로 수립할 정도의 '영향력 집중형' 시청자 구조가 핵심 가치다.
▲ TBPN이 제작한 '메티스 리스트(The Metis List)' — 세계 상위 100대 AI 연구자 랭킹. 동료 평가, 논문 피인용 수, '드워케시 팟캐스트 출연 횟수'까지 지표로 활용 [출처: TBPN]
계약 구조: 편집 독립성의 실체
이번 딜에서 TBPN이 가장 강하게 요구한 것은 편집 독립성이었다. TBPN 사장 딜런 아브루스카토(Dylan Abruscato)는 인터뷰에서 "계약 조건에서 쇼가 자체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항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계약서에는 OpenAI가 게스트 선정이나 다루는 주제에 관여할 수 없다는 '편집 독립성 보장(commitment to editorial independence)' 조항이 명시됐다. 주목할 사항은 OpenAI가 쿠건·헤이스의 초상권을 취득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 이 조항의 배경에는 OpenAI가 언젠가 AI 버전의 진행자를 만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
TBPN은 기존 광고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OpenAI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벤트 비즈니스 구축, 방송 로드투어 등 새로운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쿠건은 NYT와의 문자 인터뷰에서 인수 후 전략에 대해 단 한 문장으로 답했다: "Expect the unexpected(예상치 못한 것을 기대하라)." 알트만 CEO는 소셜미디어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더 관대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내 가끔씩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구조적 리스크는 명확하다. TBPN 성공의 핵심은 독립성이었고, OpenAI의 최대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 메타 마크 저커버그 CEO 등이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독립성 덕분이었다. 인수 후 이러한 경쟁사 수장들의 출연이 계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OpenAI가 올해 말 IPO를 준비 중이라는 점에서, 진행자들이 분석 발언에 극도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언론인 에릭 뉴커머(Eric Newcomer)는 인수 이튿날 방송을 모니터한 뒤 "바이브가 조금 어색하고 쇼가 약간 방어적으로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AI 빅플레이어들의 미디어 직접 인수 트렌드
OpenAI의 TBPN 인수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더 큰 흐름의 정점이다. AI 및 빅테크 기업들이 콘텐츠와 유통 채널을 직접 소유하는 전략은 이미 복수의 플레이어들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 AI·빅테크 기업의 미디어·크리에이터 자산 직접 인수 동향
기업 | 인수/전략 대상 | 시기 | 전략적 의미 |
|---|---|---|---|
OpenAI | TBPN (테크 라이브쇼) | 2026.04 | AI 담론 채널 직접 소유, 커뮤니케이션 수직통합 |
A16z | Turpentine (팟캐스트 네트워크) | 2025.04 <📎 Read full article on K-EnterTech Hub → About K-EnterTech Forum · K-엔터테크포럼 K-EnterTech Forum (K-ETF, K-엔터테크포럼)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K-콘텐츠, 한류, 미디어 정책 분야의 전문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국내 대표 플랫폼입니다. K-팝·K-드라마·K-푸드·K-컬처와 AI·스트리밍·크리에이터 이코노미·방송 기술의 공진화(Co-Evolution) 전략을 연구하고, 국내외 포럼·행사를 통해 정책 및 산업 협력 의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고삼석 상임의장 · Chairman Samseog Ko 고삼석(Ko Samseog)은 K-EnterTech Forum 상임의장입니다. 동국대학교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이자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으로, 30년 이상의 방송통신 정책 및 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K-콘텐츠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술의 융합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으며, ZDNet Korea에 정기 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 familygang@naver.com | 🌐 entertechfrum.com | 고삼석 상임의장 소개 → |


